브이 에이 시 에이 티 아 오엔 V.A.C.A.T.I.O.N.
세운유리에 가서 독일산 백유리 한 장에 십오만원이나 하는 것.
별거 아닌 투명한 유리 너무나 투명해서 손이 쑥 들어갈 것 같은 그것 때문에
나는 하루를 괴로워했다.
그리고 광명에도 갔었다.
촌스러운 테라리움, 부케, 수경이니 물고기와 식물 함께 기르기 같은 용도로 나온
아주 촌스럽고 바랜 것들을 삼십여분이나 (몇 가지 종류도 없는데) 둘러보고
게다가 현금도 가져오지 않아 운전해준 오늘의 어시스턴트 집에 돌려보내고
그러고 나서 포장도 시원치 않아 직접 포장해 온 것들.
결국 큰 통 작은 통 조글조글하게 주름잡힌 누렇게 변색된 것 두 개.
마지막엔 햇빛에 그을러서 변색된 것만 꺼내달라고 하다 사실 맞을 뻔 했다.
어쨌든 유리들을 좀 사서 집에 돌아와서는 이끼 낀 애들 씻으려다 지쳐서 잠들었다.
2년반만의 긴 휴가를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서
친구들 몇몇을 들볶으며 같이 가자 하려다가 그냥 혼자 가는 게 좋겠다 생각이 드네.
헬싱키 스톡홀름 베를린 암스텔담 웬 유럽 이러다가도 또 별 수 없다 생각이.
로동과 망상이 지나쳐서 어쩌다보니 사십칠키로그람이 되어버렸다.
그걸 내가 아는데 어딜 안 갈 수가 도저히 없는 것 아냐? 라고 친구는 말했다.
멋진 속옷들을 많이 샀다.
그리고 작년에 한껏 피우고 참 너도 애쓴다 했던 백합이 올해 또 피겠지.
백합, 마술같은 백합 보고나서.
남들 다 한다는 오프닝 이런 것 해내고 나서.
이러저러한 때 사람들은 이름을 바꾸거나 성형을 한다 하더라.
아님 마지막으로 힘껏 돈을 때려부어 뭔가를 하는 척 한다던지.
아니면 때맞추어 미친 사랑을 하고 죽일만큼 미워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못견디게 사십칠키로그람인데 유럽에 가야하지 않겠어? 또 다른 친구가 말한다.
언제든지 모자는 쓰지 않고, 유약한 음영의 청년들은 유럽에 있을거야.
네네 알았어요. 짐은 부쳐야 겠죠.
by valerie | 2009/07/04 20:24 | dialog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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