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부풀어오른 네 소녀들의 머리카락이 구두소리에 맞춰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지하역사 할 일 없는 젊은이들의 식은땀으로 부옇게 일어난 경치를 흐트러트리고 있었다.
꿈과 사랑에 부푼 열띤 걸음걸이는 바닥에 부딪히며 회색 들판을 화사하게 물들인다.
나는 어디에 서 있나, 가늠하면서 천천히 열차에 오른다.
차창에 비친 비릿한 사람들의 얼굴 사이에서 설익은 과일 하나가 어색하게 빛나고 있다.
형태에 대하여, 형태를 어루만지는 손길, 손길을 타고 흐르는 열기와 아픔들에 나는 집중한다.
두 가슴에 파고드는 여름의 공기는 꽉 죄어들며 나를 놓아주질 않는다.
마른 몸을 비틀며 이를 뿌리치고 바람을 맞는다.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하였을때
우리에게 시간이 필요하였을때
우리에게 노래가 필요하였을때
우리에게 눈물이 필요하였을때
말해주었어야 했는데 그리고 지켜야만 했는데 소리 죽여 들어주었어야 했는데 내가 봐야만 했는데
쓰다듬기를 애써 쓰다듬기를 우리는 두려웠고 저리보란 듯이 이겨내야 할 과제들에 치중하고 있었다.
공감하는 일들을 저주하였고, 그 저주로부터 생겨난 자유로움에 떨고 떨면서 크게 자라났구나.
위로가 되리라는 것을 나는 의식하지 못했다.
위로라는 것 그것을 가지고 무언 할 말이 있겠냐만은 나는 손 끝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손 끝이 웅크렸다 벌어졌다 하며 내보이는 사소한 슬픔과 기쁨.
그 안에 차오르고 있는 의지의 강렬함. 하는 수 없이 늙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어느 하루 별이 쏟아져 내리는 강가에 서 있다.
푸른 강에 드리워진 노란 빛의 섬유들이 서로 뒤엉킨채 마구 물에 뛰어드는 것을 본다.
멀리서 누군가 길을 잃고 주저앉아 버린다.
군인들이 마구 파헤친 더럽고 붉은 땅 위에 뿌리 내린 어린 나무에게.
매일 밤 환한 도로경을 괴롭히는 일그러진 얼굴에.
나는 전하고 싶다.
나의 살아있음을, 그래서 온전하게 살아가게 될 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