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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드문 꽃 피기 시작한 서향나무에 물을 줬다.
한 둘레에는 흰 꽃이, 저 쪽에는 자주빛의 꽃이 열렸다. 세트로만 판매하던 뜨개양말은 아무리봐도 면실로 만들어졌는데 어떻게 이리도 쭉 늘어나는지 몰라. 그의 긴 발에도 쏙 감기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선 무척 당황했다. 셔츠를 사고 가방을 사고 공예진흥원에서 나무로 된 상품을 몇 번이나 사서 선물했다. 안선생님 도자기 수업에서는 네모진 2단짜리 합을 만들고 있는데, 아무래도 일관되지 못한 윗 덮개가 신경쓰여 나름 고민하자치고 수업을 빼 먹다. 온천에 다녀온 후에 심한 감기를 앓았는데, 언제든 감기가 나았다 싶으면 또 목욕하러 가고 싶다. 사이 사이 일때문에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사람을 만나고, 몇 마디라도 적게 하고 싶어 적게 만나고 싶어 작은 머리를 굴려본다. 뭘하고 사는 건지... 혹은 무슨 생각으로 지내고 있는지... 내가 나한테 묻다가 그냥 만다. 마음 속으로 이상한 일이 참 많은 날들인데,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봄이 왔으면 좋겠네.
만약 무엇이 너무 아름다워 저 쪽에 두기 뭐해 한 움큼 이 곁으로 옮기는 대신,
여기 이렇게 앉아 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 아주 작은 소동으로 더 큰 전율을 일게 하는 것은 뭘까. 나는 내 눈을 믿는다. 이 작은 두 눈에 콕 박혀 내내 반짝일 못된 질병의 고생스러움에 기대어 끼니를 거르지 않을 수 있다. 가능하면 많은 날들을 누구인지 모르게 살고 싶다고 바래 본다. 더 많은 사람들에 기대어, 더더욱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안에서 더 골치 아픈 추억들 안에서 나는 나를, 내가 아닌 나와 곁들여 더욱 풍성해진 식탁 위에 맞을 수 있지 않을까.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고, 아무도 잃어버리지 않으며, 작은 일로도 수 백 가지의 이미지를 만들고, 한 가지의 울음으로 몇 년이고 울적한 우물처럼 너무 메마르지는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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